Winter


71.
특파 신입대원들의 뒷통수를 치기로 유명한 청 팀장··· 이제 막 특파에 입성한 신입대원들은 자신의 교육 담당으로 청아가 온 것을 기뻐하지 않았을까. 청아는 첫인상이 꽤 좋은 편인데다가 (면접 프리패스상✌️) 첫날에는 유독 상냥하게 대해줬을테니까. 신입대원들이 어느정도 적응을 끝마쳤다 싶으면,  그때부터 시작되는 가혹한 훈련들. 특파팀의 훈련은 원래도 지옥 같기로 유명했지만, 청아의 훈련은 조금 결이 달랐어. 단순히 육체적 능력을 기르는 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정신력 훈련을 특히 강조했으니까. 아무리 육체를 짓밟히고 탄압 받더라도, 특파의 정신만은 고유히 남아있어야 한다는 게 그녀의 신념이었으니. 덕분에 신입대원들은 죽을 맛이었지. 교육 담당으로 온 청아를 보며 좋아할 때, 왜 선배들이 비웃으며 힘내라고 했는지 그제야 깨달아. 청아 몰래 그녀에게 마녀···라는 유치한 별명을 붙여주기도 하고. 그러나 대원들이 교육을 마치고 신입에서 벗어나면, 청아는 꽤나 좋은 상사로 보일 거야. 그 가혹했던 훈련들이 실전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을 뿐더러, 업무 중 지치는 시점이 오면 그녀가 훌륭한 상담사가 되어주기도 했으니까. 또한 공과 사의 구분이 철저한 만큼, 임무 중에는 냉정해보여도 사석에서는 유난히 따뜻해졌고. 특파팀 내에서 청아를 믿고 따르는 대원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72.
가장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약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울음을 참는 법은 이미 중학교 때 터득했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는데. 특수 경찰로서 위장 임무를 수행하며 자연스레 거짓을 말하는 법도,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는 것도 늘 있었던 일. 그런데 꼭 그 사람 앞에서만 무너져. 백기와 크게 다투고 난 이후, 몰래 눈물을 훔치다 나오는 일도 종종 있었을 거야. 그리고 그것을 빠르게 눈치채는 백기. 너··· 울었어? 청아는 눈물 자국 하나 없이 말끔한 얼굴로 나온 자신을 어떻게 알아본건지 원망스럽기만 할 거야. 아니요.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이기며 답하는 청아. 또다시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 고개를 떨군 채 바닥만 바라보겠지.

73.
백기의 청아 복숭아 모에화가 웃기고 좋은 이유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백기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청아 본인조차도 굉장히 떨떠름해 하고요. 특파팀 회식 중 취기가 돌아 빨개진 청아를 보고 복숭아 같다고 하는 백기. 그 순간, 달아오르던 회식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해지겠죠. 사실 청아는 복숭아가 주는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으니까요. 특히 청아의 밑에서 혹독하게 굴려진 특파팀 대원들 입장에선 더더욱 이해할 수 없을테고요. 그러거나 말거나, 백기는 여전히 붉어진 청아의 볼을 눌러보며 복숭아 같다고 웃겠죠. 어쩌면 다음엔 딸기나 사과가 될지도 몰라요. 귀여운 건 전부 청아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백기니까요.

74.
해당 그림 속 청아의 모습이 기본 외관이랍니다! 청아의 외관은 돌아가신 이모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어요. 그 중 흰색 볼 피어싱은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 청아에게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시간선 내내 단 한번도 빼지 않고 착용하고 있는 악세사리이기도 하죠. 2부, 청아의 헤어와 옷 스타일이 전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흰 피어싱만은 고수했습니다. 그만큼 청아에게 이모의 존재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에요. 또한 오른쪽 옆머리를 살짝 땋은 것도, 어린 시절 이모가 늘 해주던 머리였습니다. 한창 바빠진 요즘에는 머리에 신경쓸 수 있는 날이 적어져, 가끔만 땋아주고 있다고 해요. 최근 머리 땋기를 마스터한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고 있답니다✌️ 처음에는 여기저기 삐져나오는 머리에 좌절하기도 했겠지만··· 뭐든 빠르게 배우는 남자인만큼 금세 적응했을 거예요. 요즘 둘의 아침 루틴에 포함된 소소하고 행복한 일상 중 하나랍니다. 하늘색 목걸이는 백기와 청아의 1부 재회 직후, 백기가 청아에게 선물해준 것이에요. 당시 백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청아. 더군다나 위치추적기···라는 어마무시한 용도를 듣자 착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죠. 그러다 둘의 관계가 회복된 이후에, 서랍에 넣어놓았던 목걸이를 꺼내 착용하게 됩니다. 안 버렸네? 의외라는 듯 묻는 백기에게 조금 미안하겠죠. 그도 그럴것이, 그 목걸이는 백기가 청아만을 생각하며 손수 만들어서 선물해준 것이었거든요. 목걸이를 자세히 보면, 마치 목성이 지구를 보호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6년 전, 열여덟의 목성은 열일곱의 지구를 평생 지키기로 결심해요. 어쩌면 청아에게 선물해준 목걸이는 그 맹세에 대한 증표일지도 모르죠. 하나뿐인 지구를 위해, 목성은 오늘도 맹세를 지키려 힘쓰고 있을 거예요.

75.
#redsnow 빨간망토는 저보다 훨씬 큰 늑대를 성인으로 오해하고 있지 않았을까. 한참 올려다 봐야하는 탓에 목이 아파왔는지, 까치발을 들고는 조심스레 물어. 늑대님은 몇 살이세요? 망토의 키가 불쑥 커지자 놀란 늑대. 이내 까치발을 발견하고 허리를 굽혀 눈높이를 맞춰주겠지. 나이? 열일곱 살이야. 까치발을 든 망토가 귀여웠는지 대답에는 웃음기가 잔뜩 묻어있을테고. 네? 열일곱 살이요? 그에 반해, 망토는 당황해서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지어. 망토 자신이 열여섯 살인데, 고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다니. 5살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 늑대님이라고 불러왔던건데. 묘한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제 또래라고 하니 친근감이 들기도 할 거야. 그럼 한 살 차이나는 건데···! 제가 늑대님이라고 부를 때 왜 가만히 있었던 거예요···. 억울함에 조금은 뚱해진 표정. 늑대는 망토의 부푼 볼을 찔러보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아. 그럼 이제 어떻게 부를 거야? 편하게 불러도 돼.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갑작스레 고민에 빠진 망토. 그러다 문득 늑대가 청아야, 하고 불러줬을 때 두근거리던 것이 떠올라. 백기···야. 말을 뱉고 아차 싶어 늑대의 눈치를 보려 도르륵 굴러가는 망토의 눈동자. 예의 없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한 살 차이라도 이건 무리였어. 예상대로 늑대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3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입술을 짓씹는 와중, 얼굴에 날아든 따스한 체온. 늑대는 망토의 볼에 살짝 입 맞추곤 작게 속삭여. 응, 그거 좋아. 볼을 콕 눌러보진 못했지만 입맞춤 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제 상상만큼이나 부드럽고 말랑한 살갗이 느껴져 더욱 그랬을 거야. 망토의 얼굴은 제 옷 색깔처럼 잔뜩 붉어져 곧 펑하고 터질 것 같았지. 아··· 그럼 자주 불러드릴게요. 그때 늑대는 아주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따스히 이름 불렸던 걸거야. 늑대에게 망토는, 자신을 괴물 취급하지 않고 인간으로 대우해준 유일한 존재. 망토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은 다른 이의 수천 마디보다도 값지겠지.

76.
https://kko.to/bFurzZvadS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둘. 뿌리가 얽혀있는 두 그루의 나무는 서로에게 의지하여, 잠시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 노래가 그러한 것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끝없는 환란으로 지쳐갈 때, 그들은 둘만의 낙원을 찾아갑니다. 그곳이 어디인지는 중요치 않아요.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지금의 ‘우리’만을 생각할 수 있는 장소라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영영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니에요. 가사에도 나와있듯, 그들은 결국 어려움을 이겨내고 돌아올 겁니다. 씩씩하게.

77.
요즘 특파팀의 가장 큰 이슈는 고진 팀장의 금연입니다. 금연을 선언한 첫날, 고진은 짧게 픽 하고 웃는 백기를 발견해요. 백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너를 아주 잘 아는데, 넌 안 된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더욱 활활 타오르는 금연 의지와 함께 7일 차까지 성공. 어느덧 금연 15일 차가 되는 날. 고진의 책상에는 각종 껌과 사탕 봉지가 흩어져 있습니다. 초조하게 책상을 두드리던 고진은 결국 박차고 일어나, 동료의 담뱃갑을 들고 나갈 거예요. 그렇게 문을 열고 힘차게 걸어가려는 순간, 그의 귀에 꽂힌 청아의 한마디. “그러니까 애인이 안 생기죠···.” 연애 고수라 자부했던 자신이 애인이 생기지 않는 이유를 명쾌히 짚어낸 건지, 고진은 그대로 뒤를 돌아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담뱃갑은 동료의 자리에 고히 모셔두고요. 청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이내 다시 업무에 집중합니다. “청 팀장, 소개시켜줄만한 친구 없어?” 간절한 말투로 묻는 고진. 청아는 고진의 책상 위에 놓인 금연 보조제들을 빤히 바라보다 대답합니다. “있죠, 금연 한 달 성공하시면 소개시켜드릴게요. 담배 피우는 사람 좋아하는 친구는 없어서.” 말을 끝마치다 자신도 너무하다고 생각했는지 웃으며 작게 사과하지만, 고진의 귀에는 들릴리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담배가 절실했지만, 피웠다간 더 큰 절망에 빠져버릴 아이러니한 상황. 결국 허탈한 표정으로 또다른 금연 보조제를 꺼내듭니다.
이상··· 특파팀의 금연 장려 커플이었습니다 ◜◡◝

78.
데이트 중 구두가 맞지 앉아 불편해 하는 청아를 바로 눈치챈 백기. 절뚝이지도 않고 걸음걸이가 살짝 달라졌을 뿐인데··· 청아는 그런 그를 신기하게 여길 거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백기는 청아를 앉혀두고 근처에 가게가 있을 거라며 새 신발을 사러 다녀와. Evol을 쓰며 날아다닌 건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왔겠지. 한 손엔 청아의 발에 딱 맞는 스니커즈 한 켤레를 든 채로. 무릎을 꿇고 신발을 신겨주는 백기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청아는 천천히 입을 열어. 신발을 선물해주면··· 그걸 신고 도망간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 말에 백기는 손을 멈추고 청아를 올려다 보며 묻겠지. 그럼 도망갈 거야? 의중을 전혀 알 수 없는 그녀의 표정. 도대체 저 작은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건지. 아뇨, 선배한테 달려갈 때 신을게요. 백기의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청아. 백기는 자신이 평생 청아를 이길 수 없음을 직감할 거야.

79.
빼빼로 게임이 뭐야? 11월 11일을 맞아 청아가 좋아하는 맛의 빼빼로를 잔뜩 사들고 온 백기가 묻는 말. 청아는 이 많은 과자를 대체 언제 다 먹어야 하나 고민하다 의아해져 되물을 거야. 선배 빼빼로 게임 몰라요? 백기는 가장 맛있어 보이는 빼빼로를 골라 청아의 입에 넣어주며 말해. 응, 아까 고진이 ‘내가 솔로 데이를 쓸쓸하게 보낼 동안 넌 청 팀장이랑 빼빼로 게임을 할 걸 생각을 하니 배가 찢어질 거 같다···’ 라고 하던데. 청아는 백기의 말만으로도 고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지. 뭔지 알려줄까요? 그렇게 시작된 백기와 청아의 빼빼로 게임. 양쪽으로 빼빼로를 입으로 물고··· 청아가 자초지종 설명하는 것을 듣던 백기는 어느새 입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을 거야. 여기 반대쪽 물어봐요. 설명을 끝마친 청아가 빼빼로 한 쪽을 물고 바라보자 백기는 은근히 장난기가 발동해. 너 지금 나 유혹하는 거야? 황당한 말에 청아는 빼빼로를 내려놓고 백기를 쏘아보겠지. 원래 이런 게임이에요!💦 예상대로 반응이 나오자 백기는 웃으며 그런 걸로 해줄게, 하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우여곡절 끝에 양쪽으로 빼빼로를 물고 마주한 둘. 천천히 다가가던 청아가 빼빼로를 끊어내려는 순간, 백기의 입술이 갑작스레 맞닿아올 거야. ···입 닿으면 진다니까요. 응, 나는 그냥 질래. 백기는 청아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며 속삭이겠지. 더이상 승패를 가르는 ‘게임’이 아닌, 둘만의 ‘놀이’가 되어버린 거야. 계속 하면 안 돼? 아직 잘 모르겠어. 이렇게 간단한 규칙을 백기가 모를리가. 청아는 속이 뻔히 보이는 그의 말에 픽 웃었지. 그러나 흔쾌히 응해주는 수밖에. 청아는 이제 백기의 뻔뻔함까지, 그의 모든 걸 사랑하게 되어버렸으니까.

80.
너의 눈을 깊이 바라볼 떄면, 마치 수많은 별들을 새겨놓은 우주 같다는 생각을 해.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우주가 여기 있을 줄이야. 널 찾아 헤매던 거였나봐.

DALBOM